[천자 칼럼] 규제 양산하는 입법 '인플레'

입력 2022-11-23 17:35   수정 2022-11-24 00:31

임오경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 10명은 지난 1일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재난안전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대규모 인원 밀집이 예상될 때는 지방자치단체장이 사고 예방을 위한 안전관리계획을 수립해 조치를 취하고, 행정안전부 장관이 그 이행 실태를 지도·점검하도록 하는 게 골자다. 핼러윈 축제의 주최자가 명확하지 않고 법적인 지역축제에도 해당하지 않아 관할 지방자치단체가 별도의 안전관리계획을 수립하지 않은 것이 ‘10·29 참사’의 주원인으로 지적되자 개정안을 내놓은 것이다.

놀라운 것은 입법 속도다. 사고가 주말에 일어났음을 감안하면 거의 하루이틀 만에 법안을 낸 셈이다. 참사 이후 23일까지 여야 의원들이 대동소이한 내용으로 발의한 법안이 15개나 된다. 다른 법안들도 마찬가지다. 노조의 불법 파업으로 인한 손실에 대한 사측의 손해배상 청구를 제한하는 노조법 개정안도 대여섯 개가 발의돼 있다. 법안 하나에 대개 10여 명씩, 많게는 수십 명이 공동 발의하므로 법안을 내고도 내용을 잘 모르는 경우가 허다하다.

국회의원들의 ‘입법 인플레’가 심각하다. 우리나라 의원들의 입법 발의 건수는 세계 최고다. 14대 국회(1992~1996) 때 321건이던 것이 15대 1144건, 20대 2만3047건으로 늘었다. 21대 국회 들어서는 지금까지 1만6556건이 발의돼 임기 말엔 3만 건을 넘을 가능성이 크다. 한국산업연합포럼은 23일 ‘국가경쟁력 강화를 위한 입법제도 개선 방안’을 주제로 연 포럼에서 최근 4년간 우리 국회의 의원 발의 건수는 영국의 35.7배, 일본의 53.5배이며 의원 입법 건수는 연평균 2200건으로 영국의 79배, 일본의 20배, 미국의 11배라고 밝혔다.

시민단체 등의 의정활동 감시를 의식해 함량 미달의 급조한 법안을 남발한 결과다. 국민적 관심도가 높은 사안과 관련된 유사 법안 중복 제출, 공동 발의 제도를 이용한 실적 확보, 복잡한 정부 입법 절차를 회피하기 위해 이름을 빌려주는 ‘차명 입법’ 등이 문제로 지적된다. 더 큰 문제는 이에 따른 규제 양산이다. 의원 입법도 정부 입법처럼 규제영향평가, 입법영향 분석 등을 거치도록 해 과잉 입법을 막아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서화동 논설위원 firebo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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